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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오이] 연서(戀書) 2

세죠온 신간 목표


도대체 어디부터가 시작이냐고? 그건 내가 내게 묻고 싶은 말이다. 


집에 들어가 두 번째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씻고 나와 책가방을 정리하면서도, 내일 일과를 확인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와중에도 똑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한 번 자각하기 시작한 마음은 무섭게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쯤 되면 또 다른 나는 내가 언제 알아차리나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잔뜩 벼려진 신경은 살갗에 와 닿는 이불의 감촉마저도 낯설게 했다. 사실 낯설기는 지금의 내가 가장 낯선 존재긴 하지. 


원래도 그렇게 금방 잠드는 성격이 아닌데다가 자발적으로 끌어안은 고민거리는 내가 잠의 문턱 근처에 다가가는 것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온전히 잠든 시간은 두 시간 내외였을까. 마지막으로 깨어 시계를 본 것이 새벽 다섯 시였으니 그 정도일 것이라 막연히 짐작할 뿐이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큰일 났다’였다. 온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머리는 띵하고, 온몸은 물먹은 솜 같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식탁에 차려진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세수는 얼굴에 잔뜩 묻어난 졸음을 닦아낼 정도면 충분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조금 피곤해 보이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타인의 얼굴을 보고 있는 듯한 생경함에, 나는 거울을 오래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일부러 찬물로 세수를 했지만 얼굴에 오른 열은 쉽사리 식을 줄 몰랐다. 이건 백 퍼센트 감기다. 오이카와 씨에 대한 마음만큼은 아니지만 어처구니없는 단어기는 하다. 늦봄의 감기라니, 그것도 운동선수가. 이것마저 오이카와 씨가 알면 뭐라고 할까,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내젓는다. 


나는 생각이 많지만, 고민거리를 만들어서 고민하는 성격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어제 나 자신이 내게 준 숙제는 고민거리 정도가 아니었다. 이렇게 고민하다 보면 가끔 앞뒤를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전제를 엎어버리는 정도의 본말전도가 일어나기도 한다. 오늘의 성대한 본말전도는, ‘내가 오이카와 씨를 좋아하는 건가, 싫어하는 건가?’. 이쯤 되면 완벽한 현실도피가 아닌가. 


이런 몸 상태로 자전거를 타면 중간에 백 퍼센트 사고가 날 것 같아 오늘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도보를 선택했는데, 생각해보면 타당한 결정이었다. 중간부터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걸을수록 열이 오르고, 걸을수록 몸이 무거워졌다. 학교에 도착할 때엔 거의 와이셔츠 등판이 흠뻑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쿠니미, 너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감기 걸렸나 봐.”
“부 활동은 할 수 있겠어? 아니, 그 전에 수업은?”
“결석은 안 돼. 괜찮아, 이 정도는.”


킨다이치의 탓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의 걱정은 괜히 원망스러웠다. 수업 걱정 전에 부 활동 걱정이 먼저 나온 건 그답다고 해야 할지. 연애편지의 행방은 묻지도 못한 채 나는 쓰러지듯 자리에 앉아버렸다. 어쩌면 짝이 결석하기 전에 감기를 옮겨놓고 갔을지도 모르겠다. 출석을 부르러 들어왔던 담임 선생님은 내 낯빛을 보고는, 바로 보건실행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 킨다이치가 부축을 하려 했으나 내 눈빛 공격에 도로 얌전히 제자리에 앉았다. 보건실은 그리 먼 거리가 아니거니와, 180센티가 넘는 두 사람이 부축하고 부축받는 그림은 그리 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건 선생님이 안경을 고쳐 쓰며 내 안색을 살피더니 침대에 앉으란다. 이것도 환절기라고, 학교 곳곳에서 감기 환자가 속출하고 있단다. 물론 그 핑계를 틈타 보건실에서 농땡이를 부리려는 부류도 있지만 그것은 보건 선생님의 관록이 말끔하게 해결해주는 문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내 얼굴은 보자마자 꾀병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좋아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나는 보건 선생님이 건네는 약을 삼키고 빳빳한 침대 시트 위에 널브러진다. 명색이 배구부라 건강관리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감기나 몸살 같은 건 일 년에 한 번 정도 걸려왔을까. 이게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감기여야 할 텐데.


“숨쉬기에 불편하진 않고?”
“네, 코감기는 안 온 것 같아요.”
“요즘 유행하는 감기랑은 조금 다른 것 같네. 침대 온도 올려줄 테니까, 이불 걷어차지 말고 한 시간만 쉬다 가렴. 견디기 힘들면 조퇴해. 배구부라고?”
“네.”
“부 활동도 오늘은 쉬는 게 좋을 거야. 일주일 쉴 생각이 아니라면.”
“……감사합니다.”


 
보건 선생님은 머리맡의 가습기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쉬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침대마다 달린 커튼을 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감기가 유행하는 것치고 보건실에 환자는 나뿐이었다. 보건 선생님이 커튼 너머에서 이것저것, 무언가를 챙기는 소리 후에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소리는 안개가 낀 듯 분명치 않았다. 아마 약효가 돌고 있는 모양이다. 약효는 날카로운 신경 끝을 무디게 갈아내고 있다. 간밤의 부족한 수면 사이를 약과 난방이 비집고 들어선다. 손끝에서부터 천천히 온몸이 멈추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을 때 이미 사고는 완전히 멈추어 있었다.


*


그렇게 몇 분이나 눈을 붙이고 있었을까, 어쩌면 한 시간이 지났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손가락이 이마에 와 닿는 느낌에 정신이 들었다. 열과 식은땀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을 얼굴에 누가 손가락을 댔는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지도 확신하지 못할 만큼 미약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확실하게도 내 이마에는 타인의 온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적당히 기분 좋은 차가움에 나는 한숨 비슷한 것을 내쉬고 만다. 


“……쿠니미쨩?”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호칭에, 누군가가 현실의 한가운데에 나를 던져 넣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얼굴에 와 닿은 이 온도의 주인은 얄궂게도 나를 고뇌로 몰아넣은 장본인이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집어 열면서도, 열에 들뜬 머리가 다른 누군가를 착각한 것이라 믿고 있었다. 동시에 정말 그렇다면 그의 목소리로 착각하고만 나의 머리는 정말 어떻게 되어 먹은 것인가, 하는 예방적 죄책감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그 예방적 죄책감은 별 필요 없는 것이기는 했다. 내가 우리 팀 주장의 목소리를 착각할 리 없으며, 무엇보다 이 호칭은 전교, 아니 우리 집에서도 불릴 일 없는 것이니까.


“……오이카와 씨?”
“응, 나야. 감기 걸린 거야?”


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는다. 차마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열과 수면 부족으로 잔뜩 헝클어진 머릿속이 그를 보고 또 어떤 감정을 집어 들지 두려웠다. 오이카와 씨는 손가락으로도 부족했는지 숫제 손등 전체를 내 이마에 가져다 댄다. 이 사람은 하여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이 꽤 심하잖아. 집에 안 가 봐도 되겠어?”
“……조퇴할 정도, 는, 아니에요. 부 활동도 해야 하고…….”


눈을 뜨지는 않았지만, 이마에 닿은 그의 손가락이 움찔하는 것은 느껴졌다. 그리 좋은 움직임은 아니다. 분명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긴, 지금 이 몰골로 체육관에 가면 나를 맞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보건 선생님도 일주일 쉬고 싶지 않으면 오늘 하루 제대로 쉬어놓으라고 말해놓기도 했으니. 어쩌면 나는 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잘 보이고 싶은 허세와는 약간 다르다. 조금 더 걱정시키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허덕이고 있는 것은, 전부 당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죽어도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할 말이다.


“이 꼴로 부 활동을 하겠다니, 주장을 죄책감으로 죽일 생각이지?”
“오이카와 씨가 이런 걸로, 죽을 리 없잖아요.”
“오이카와 씨는 그런 냉혈한이 아니랍니다.” 


아, 이 대사. 분명 어제도 들은 것 같은데. 아직도 약과 잠기운에 들떠 몽롱한 머리 한구석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만들어내기에 바쁘다. 약간 울컥한 표정의 오이카와 씨를 보는 건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오이카와 씨는 이런 걸로 죽을 사람이 아니니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주장의 명령이니까, 오늘은 일과 끝나는 대로 귀가해. 체육관으로 오면 벌을 줄 거야.”
“……네.”


사실 오이카와 씨를 오래 보고 있는 건 나에게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나라는 놈의 감정은 생각만큼 이성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이성이 관여할 수 있는 감정의 영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어제 두어 시간 외에 꼬박 밤을 새운 불면의 끝에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건, 정말 내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어쭙잖게 통제하려 했다가는 나의 감정이라는 녀석이 어떤 대형 사고를 칠지 알 수 없다. 애초에 오이카와 씨를 좋아하게 된 것부터가 초대형 사고기는 하지만. 아픈 걸 핑계 삼아 좀 덜 볼까 했더니, 보건실에는 또 왜 와 있는 걸까.


“그런데 오이카와 씨…….”
“보건실에는 왜 와 있느냐고?”
“…….”


이와이즈미 씨에게 오이카와 씨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면, 오이카와 씨에게는 배구부원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비단 코트 위에서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그렇다. 특히 이럴 때 새삼스럽게 느끼곤 한다. 나는 눈을 두어 번 깜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이카와 씨가 손등을 뒤집었기에 그의 손바닥과 내 이마가 만났다.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나는 모든 감각을 가만히 받아들인다. 


“보건 선생님한테 부탁받았어. 길 잃은 어린 배구부원이 보건실 침대에 갇혀 있으니 구해줘야 한다고.”
“……그거 정확한 워딩이에요?”
“다소 변형은 있지만, 왜곡은 없어. 참고로 사실 지금은 이미 일과가 끝난 시각이랍니다.”
“네?”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 끝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오이카와 씨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다. 보건 선생님이 한 시간만 쉬고 가라고 했는데, 라는 내 중얼거림을 들은 오이카와 씨가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보건 선생님이 급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내 인적사항에 배구부원이라고 적힌 걸 떠올리고는 평소에 친분이 있던 오이카와 씨에게 부탁했단다.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설명이지만 그것 외에 딱히 다른 설명도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오이카와 씨는 가만히 손을 움직여 내 귓불 뒤의 목덜미로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안쪽의 체온을 재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 반응이 궁금했던 것이라면 이보다도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을 테지만.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집에 가 보는 게 좋지 않겠어? 데려다 줄까?”
“아뇨, 아니요. 혼자 갈게요.”
“킨다이치에게 가방 싸 놓으라고 했어. 체육관 가서 그것만 챙겨 가.”
“감사합니다.”
“오늘 이 답례는 꼭 계산해놓을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무서운데요.”
“쿠니미쨩이 무서워하는 것도 있었어?”
“저 그렇게 강심장은 아니에요.”
“좋아, 대화 컨디션은 평소랑 비슷하네. 조금 덜 걱정해도 되겠어.”


 몸을 일으키는 나를 지켜보며 그는 옅게 웃었다. 그냥 걱정을 안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고 다소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했지만, 덜 걱정해도 되겠다는 말 한마디에 마음 한쪽이 크게 기울어졌다. 가운데 서 있던 나는 황급히 다른 쪽으로 옮겨 앉는다. 언제까지 이 아슬아슬한 균형 잡기가 계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감기는 싱겁게도, 이틀 만에 나아버렸다. 요즘 유행하는 감기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보건 선생님의 말이 문득 귓가에 되살아난다. 어쩌면, 사실 나는 정말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조차 다 낫고 난 후의 안이한 발상이지만. 조퇴는 안 된다고 보건실에서 버틴 다음 날은 꼴사납게도 결석을 해 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던 탓이다. 내가 자는 사이 누군가가 있는 힘껏 때리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회복기 동안 체육관 출입 금지령을 받았다. 명령의 주체는 다름 아닌 주장 오이카와 씨였다. 내가 그 다음 날도 결석했다는 사실을 킨다이치로부터 전해 들은 그는, ‘추가로 사흘간은 쿠니미쨩이 체육관에 들어오지 않도록’하는 긴급명령을 배구부 전체에 내렸다고 한다.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나는 체육관 출입 금지령을 착실하게 지켰다. 그동안 킨다이치는 조금 미안한 듯한, 날 불쌍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한 묘한 표정을 지으며 체육관으로 향하고는 했다. 무슨 오해를 하는 건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굳이 그에 딴죽을 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배웅만 해 줬다.


킨다이치의 연애편지 행방도 알 수 없었다. 나름대로 고쳐보겠다고 편지를 가져간 킨다이치는 이후로 내게 다시 그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 그 다음 날 바로 내가 앓아눕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을 것이다. 그 후로 본인도 까먹은 건지, 아니면 바로 부쳐버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그 편지와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결과를 물어보기에도 괜히 민망해서 애프터서비스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잘 되면 본인이 내게 먼저 달려오리라는 막연한 짐작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꼬박 이틀을 앓고 난 후라 근육이 노곤하게 풀려있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할 때 드는 힘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근력 운동은 해놨어야 했나, 하는 후회는 사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원래 컨디션을 찾으려면 이틀 정도는 빡세게 굴러야 할 것 같다. 때마침 오늘은 체육관 출입 금지령이 풀리는 날이다. 앓기 시작한 후로 꼬박 일주일이 흘렀다. 일주일 꼬박 쉬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쉬라는 보건 선생님의 말을 잘 들었는데도, 결국엔 일주일을 통째로 쉬고 말았다.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오랜만이다, 쿠니미.”
“아, 안녕하세요. 이와이즈미 씨.”
“감기는 다 나았고?”
“네, 민망할 정도로 깨끗하게요.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나에게, 이와이즈미 씨는 손을 내저어 보인다. 


“걱정은 오이카와 녀석이 많이 했지.”
“오이카와 씨요?”
“응. 쿠니미 네가 기운 없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아픈 모습은 처음 봤다면서.”
“…….”
“뭐, 그렇게 말하는 녀석도 결국 드러누웠으니 누가 누굴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


네트 설치를 끝낸 이와이즈미 씨가 뒤돌며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이 선명했다. 


“드러누웠다고요? 오이카와 씨가요?”
“어, 몰랐어? 저번 주 금요일 하굣길에서부터 으슬으슬 춥다고 하더니 결국 주말에 드러누웠다더라고. 그냥 환절기 감기래.”
“아…….”
“그러게, 작작 먹으래도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두 개씩 먹으니까 안 아픈 게 이상하지. 넌 다 나았다니 다행이지만 혹여나 그러지 마라.”
“오이카와 씨는 언제쯤 오실 수 있나요?”
“내일이면 올 거야. 오늘도 오겠다는 걸 겨우 떼어놓고 왔는데, 솔직히 이제 멀쩡해 보여.”


말투는 거칠었지만 이와이즈미 씨의 화법을 배구부원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해도 주말 내내 오이카와 씨 집에서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오이카와 씨는 내게서 감기를 옮은 건 아닐까. 내가 짝에게서 옮은 것처럼. 그러나 나는 그의 집을 일부러 찾아갈 정도의 깜냥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스포츠 백을 들고 라커룸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착잡해 오는 마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 





카게오이 + 쿠니오이 + 기타 오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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