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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오이] Happy Birthday Kiss

2016년 오이카와 생일 축하 및 카게오이 전력

*2016년 오이카와 생일 축하 및 카게오이 전력...

*대지각인데다가 글이 너무 안 써져서 힘들었지만 ...

 




“아, 벌써 7월이네.”
“오늘 7월  5일인데요.”
“그게 뭐 어쨌다고.”
“아니, 그런 감상은 보통 7월 1일에 말하는 거잖아요.”
“……많이 컸네,  토비오쨩.”
“그보다, 좀 내려오시면 안 돼요? 허리 아픈데.”
“역시 너무 많이 컸어.”

 

대꾸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잣말도 아닌 말을 여유롭게 흘리며  오이카와는 들고 있던 탁상 캘린더를 한 장 넘겼다. 어디서 받았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잡지를 살 때 따라왔던가. 어딘지도 모를 파란 바다와 흰  사장, 그리고 으레 따라오는 레퍼토리처럼 오색 파라솔과 흰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사진이 눈에 가득 들어찬다. 그래, 여름이란 대개 이런 시기다.  8월로 넘기면 여기에 비치발리볼을 든 미소녀들이 추가되겠지. 바닥에 엎드려 배구 잡지를 읽는 카게야마의 등을 베고 누운 채, 오이카와는 7월  달력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얇은 티셔츠 너머, 카게야마의 곧은 척추가 뒤통수에 곧바로 와 닿는 느낌이 의외로 싫지 않다. 카게야마도  투덜투덜 불평은 흘리면서 굳이 오이카와를 밀어낸다거나 치우려고 하지는 않았다. 올여름 냉방비는 아끼지 않기로 약속한 덕에 에어컨은 더할 나위  없는 냉기를 실컷 뿜어낸다. 이 위에 이불도 덮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달력을 한 줄 한 줄 훑던 오이카와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7월 하면 생각나는 거  없어?”
“7월이요?”
“응.”
“음……. 전지훈련?”
“…….”

 

오이카와는 말없이 머리를 삼 센티미터 정도 들었다가 곧장  내려쳤다.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예상대로 카게야마는 격한 반응을 보여준다. 불의의 습격을 받고 몸부림치는 바람에  오이카와의 머리가 주륵, 흘러내렸다. 아얏, 아프잖아요 오이카와 씨!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오이카와의 기분이 좋아지는 건, 역시 성격  탓일지 모른다. 딱딱한 바닥에 흘러내렸던 머리를 다시 카게야마의 등으로 복귀시키며 오이카와는 혼자 웃었다. 

 

“눈치 없는 아이에게 주는 벌이야.”
“저, 아이  아닌데요.”
“충분히 애야.”

 

괜히 입술을 비죽인다. 시선을 비스듬히 내리자 목덜미  언저리를 덮은 까만 머리카락이 보였다. 손을 내어 만져볼까 하다가, 역시 이 자세로는 너무 불편해서 포기한다.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카게야마 토비오기에, 후자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캘린더의 역할은 끝났다. 

 

“7월 20일, 이래도 몰라?”

“아, 오이카와 씨 생일.”
“우리 토비오쨩은 기억력도  좋아.”

 

최대한의 상냥함을 담은 비아냥거림에 팔락, 팔락 넘어가던  잡지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래, 이쯤 되면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아야지. 조금 더 흡족해지는 마음에 오이카와는 몸을 일으킨다. 얼마나 그의  등을 베고 누워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목이 뻐근한 걸 보니 십 분은 너끈히 지난 것 같았다. 카게야마도 그를 따라 벌떡 일어나  마주 보고 앉는다. 엎드려있던 탓에 앞머리가 조금 흐트러져있다. 자연스럽게 손을 내어 그 앞머리를 정돈해주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카게야마가 특유의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야기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뭐?”
“미야기 쪽 주소요.”
“그건 왜?”
“어머니께 뭐라도 보내드려야죠. 생일은 그렇게 챙기는  거잖아요.”
“…….”

 

기가 막혀, 정말. 더없이 진지한 눈동자를 앞에 두고  오이카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을 꺼낼수록 자신이 더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라고 하면, 카게야마는 뭐라고 대답할까. 설마 이걸  농담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바보 아니야? 같이 살기 시작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라고? 그야 물론 우리 엄마를 챙겨준다는 건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보통 제일 먼저 나오는 말로는 좀 이상하지 않아?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말이 머릿속을 교차하지만 어떤 말을 꺼냈을 때 가장  ‘상식적’인 대답이 돌아올지 알 수 없다. 

 

“홍삼? 비타민? 뭐가 좋을까요, 오이카와 씨? 용돈은 역시  좀 그렇죠?”
“…….”

 

오이카와는 말없이 카게야마의 멱살을 잡아 끌어당겼다. 제발  닥쳐줬으면, 하는 마음 반, 멱살이라도 잡고 싶다는 마음 반으로 입을 맞춘다.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카게야마는 중심을 잃고 오이카와 위로  쓰러졌다. 그런 와중에 양 팔로 착실히 바닥을 짚고 있는 순발력이라니. 내심 감탄하며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목에 팔을 두른다. 에어컨 바람을  정통으로 쐬고 있던 목덜미가 서늘하다.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듯 가만히 굳은 입술 위에 자신의 혀를 얹어본다. 혀끝을 세운 채 단호한 입술선을  덧그렸다. 움찔거리는 움직임은 평소와는 다른 의미로 솔직하다. 어느새 바닥은 팔꿈치로 짚고, 그 덕에 자유로워진 손으로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익숙한 손짓을 오이카와는 꽤 좋아했다. 정수리 근처를 배회하던 손길은 미끄러져 내려와  목덜미와 귀 뒤를 가볍게 두드린다. 이, 망할 꼬맹이. 속으로는 분하면서도 천천히 애가 타는 몸짓에 오이카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되고 삼 개월 정도가 흘렀을까.  처음에는 우연에 우연이 겹친 단순한 하우스쉐어였는데 어쩌다 보니 동거가 되어버렸다. 떠올리기에도 창피하지만 계기는 어느 날, 오이카와가 술에  떡이 되어 들어왔던 날이다. 집까지 데려다 줬던 쿠로오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카게야마의 소매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했더란다. 나가지 말고 여기서  살라고. 하필이면 카게야마의 계약 기간이 딱 한 달 남은 시점이었다. 술 냄새 때문에 표정을 찌푸리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애처럼 주저앉아 떼를  쓰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카게야마의 표정이 아주 볼만했다는 후기까지 정성스럽게도 들려주었다. 하필이면 핸드폰을 술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촬영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라나. 왜, 왜 안 말렸어! 애꿎은 쿠로오의 멱살을 붙잡고 앞뒤로 사정없이 흔들어 봐도, 이미  즐거운 구경을 끝낸 쿠로오는 특유의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의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들어 보일 뿐이다. 남 일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재밌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조금은 억울하다. 

 

하우스쉐어 첫날,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계약서 비슷한  것을 썼다. 그 마지막에는 계약 기간이 명시되어 있었다. 오이카와가 술을 마셨는지, 술이 오이카와를 마셨는지 구별 되지 않을 정도로 잔뜩 취했던  그 다음 날 아침, 엉망진창으로 날뛰는 속을 부여잡으며 부엌으로 나온 오이카와는 제일 먼저 냉장고를 열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오백 밀리리터  짜리 생수병 뚜껑을 따고, 그 자리에 선 채로 반 정도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아직도 알코올 기운이 남은 빈 식도를 타고 찬물이 내려가는 감각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며 뭔가 해장할 거리를 찾아 찬장을 뒤지던 오이카와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그  계약서였다. 마지막 줄에 자를 댄 것처럼 반듯한 취소선으로 그 계약 기간이 지워져 있었다. 

 

“이게, 이게 뭐야?”
 
숙취고 뭐고 잊은 채  오이카와는 종이를 홱 쳐들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분명 삼 개월로 못 박아두었던 계약 기간 위에 선이 그어져 있다. 그 범인이 자신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아주 기초적인 소거법에 따르면 이는 이 집에 살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의 짓이 분명했다. 종이를 든 채 씩씩거리며  카게야마의 방문을 두드리려던 오이카와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방문이 열렸다. 이제는 눈높이가 얼추 비슷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져, 오이카와는  더 속이 쓰렸다. 

 

“토비오쨩, 이게 뭘까나? 왜 계약서에 멋대로 손을  댔어?”
“오이카와 씨, 어제 기억 안 나요?”
“어, 어제? 오이카와 씨 필름 안 끊겼거든! 멀쩡하답니다!”
“그럼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는데…….”

 

슬쩍 고개를 기울이며 말꼬리를 흐리는 카게야마의 표정을  보고, 오이카와는 문득 불안해졌다. 대체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계약서는 도로 식탁 위에 던지듯 내려놓고 방으로 돌아가 핸드폰을 켰다.  충전하는 것도 잊고 잔 탓에 배터리는 삼 퍼센트, 화면은 거의 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급한 대로 충전 케이블을 꽂고, 밤새 온 연락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한다. 연락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중에도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쿠로오 테츠로라는 이름이다. 차마 전부 읽지는 못하고,  바로 답장하는 창을 띄웠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이건 아니지. 물음표까지 쳤다가 오이카와는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텍스트가 사라지고 도로 빈 화면이 나타난다. 

 

-잘 들어갔어?

 

이것도……아니야. 다시 백스페이스. 

 

-나 어제 얼마나 마셨어?

 

…….

 

결국 맨 첫 번째 문장을 보내고 오이카와는 다시 침대 위에  엎드렸다. 그저께 빨아 씌워 둔 시트가 아직 빳빳했다. 그리 격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이미 몸은 기진맥진이다. 어쩌자고 이렇게 퍼마신 걸까.  그리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배가 고픈데, 부엌에 나갔다가는 카게야마를 만나게 될까 봐 섣불리 나갈 수도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머리맡에 던진 채 엎드린 지 몇 분이 지나고, 핸드폰이 수신을 알렸다. 마치 심각한 표정으로 건강검진 소견서를 들고 나오는 의사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도 비슷한 심정. 여보세요, 오이카와냐? 지나치게 밝은 쿠로오의 목소리가 괜히 원망스러웠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나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이런이런, 룸메이트 옷소매를 부여잡고 펑펑 운 오이카와 씨 아닙니까.
“……뭐?”
-아주 볼 만했지, 그렇게 목  놓아 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야. 너 이와이즈미 앞에서도 그렇게 운 적 없지?
“내가 울었다고? 룸메이트 옷소매를  부여잡고?”
-카게야마 표정이 아주 걸작이었지, 아마.
“내가 뭐라고 말하면서 울었는데?”
-가지  말라고.
“……뭐?”
-방 빼지 말라고 울더니, 카게야마가 알았다고 대답하니까 술에 잔뜩 취해선 자랑 볼펜이랑 계약서를  찾아오더라니까.
“그걸 내가 했다고?!”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계약서에 뭔가 손을 댄 건 카게야마가 아니라  너야.
“…….”

 

오이카와는 끊는다는 말도 없이 빨간 버튼을 꾹 눌렀다. 이미  숙취 따위는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미쳤어, 진짜 미쳤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악악 소리를 질러 봐도 이미 늦었다. 음주로 말미암은 심신미약을  주장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다가 그것만큼은 자존심에 너무도 큰 상처라 그만두기로 했다. 애꿎은 베개만 퍽퍽 치며 오이카와는 전날 밤의 자신과,  자신에게 술을 끊임없이 먹인 팀원들에 원망의 화살만을 잔뜩 쏘아댔다. 누구를 탓하랴, 직접 계약기간에 선을 그어버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인데. 

 

 

*

 

 

7월, 하면 전지훈련을 떠올린 건 아무래도 무언가의 전조였던  모양이다. 오이카와는 기가 막히게도 7월 15일부터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가게 되었다. 카게야마의 전지훈련은 7월 말이라, 그렇게 생일로 타박을  줘 놓고 오이카와가 집을 나와 버린 모양새가 되었다. 카게야마는 아무렇지 않게 오이카와를 보내 주었다. 의외로 짐을 쌀 때 빠뜨리는 게 많은  오이카와를 위해 리스트도 만들어 주었고, 짐을 쌀 때 하나하나 체크도 해 줬다. 아침에는 무려 토스트도 구워 주고, 개인 연습을 조금 늦게  나가면서 배웅도 해 줬다(이건 정말 일 년에나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물론 결국엔 휴대폰 충전기를 놓고 오는 바람에 유턴해야  했지만. 

 

전지훈련이 겹쳤음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생일 사흘 전부터 숙소  쪽으로 팬레터와 선물들이 잔뜩 도착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내가 이런 것까지 말했던가 싶었던, 교토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모 베이커리 시즌 한정 우유 케이크가 특급 배송으로 도착했을 때는 오이카와 본인보다 팀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어차피 유통기한 내에  혼자 다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생일인데 기분이나 내자 싶어 팀원들에게 선선히 나누어주면서 오이카와는 문득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카게야마를 떠올렸다. 집에서도 여간해서는 배구공을 놓지 않는 녀석. 처음엔 유난 떨지 말라고 핀잔도 주었지만 이내 익숙해져서, 옆에서 배구공이  빙그르르 돌아가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정도에 이르렀다. 저녁은 먹었을까. 자기 몸이야 말 안 해도 잘 챙기는 녀석이니까 누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저지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오이카와는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이미 우유 케이크는 흔적도 없고, 남은 사람들끼리 신이 나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저래서 내일 연습이나 제대로 하려나. 어차피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으니-그 사건 이후로 자중하고 있다- 별 상관은 없지만, 내일 우는소리를 하면 배구공으로 한 대씩 때려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 시계는 벌써 밤 열두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카게야마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도 회식이라고 했던가. 딱히 정시에 칼 같은 생일 축하를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생일 축하는 일찍 받을수록 기분이 좋은데. 죽어도 눈치가 없는 카게야마 토비오는 모르겠지. 살짝 습한 밤바람을 맞으며 오이카와는 벤치를  찾아 걸었다. 그래도 생일인데 먼저 연락하기는 자존심이 상한다. 회식이라고는 하지만 잠깐 나와서 전화라도 좀 하지. 눈앞에는 없는, 밉살스러운  연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오이카와는 혀를 찼다. 솔직하게 말해서,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얼굴에 열이 확 오른다. 웬 청승이지. 빨리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서는 순간, 오른쪽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마음보다도 통화 버튼을 누르는 손이 빨랐다.

 

-오이카와 씨?
“……사십삼 분 지각입니다, 카게야마  토비오 씨.”
-네?
“열두 시 사십삼 분이잖아. 지각이야.”

 

괜히 툴툴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깨달으면서, 어째 날이  갈수록 유치해져 간다는 생각을 한다. 익숙해져 가는 건지, 편해져 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돌려 말하면서 속이 터지느니 차라리 직설적으로  말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전적으로 카게야마 덕분이다. 직설적으로 말해도 못 알아들으면 정말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은 꽤 매끄러워졌다. 

 

-좀 봐 주세요. 멀리 나오느라 힘들었단  말이에요.
“뭐 신경 쓸 사람이 있다고 멀리 나가. 가게 앞에서 해도 되는걸.”
-그래도 날이 날이잖아요.
“뭐, 굿나잇  키스라도 해 주게?”
-해주길 바라세요?
“돼, 됐거든. 생일이라고 아주 립서비스가 대단하네, 토비오 쨩.”
-딱히 립 서비스는  아니었는데요. 

 

그럼 뭔데? 막 그렇게 말하려던 오이카와의 입에서는 말 대신  “꺄악!” 하는 해괴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누군가의 손이 어깨에 닿았기 때문이다. 

 

“멀리 나오느라 힘들었다고 했죠.”
“……토,  토비오?!”

 

야구 모자를 눌러쓴 카게야마가 눈앞에 서 있다. 얼떨떨해진  오이카와는 잠자코 손을 내밀어 카게야마의 볼을 꽉 꼬집었다.

 

“아얏! 왜 보자마자 꼬집고 그래요, 오이카와  씨는.”
“아니,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도쿄에 있는 것 아니었어?”
“날이 날이잖아요.”
“허…….”

 

이렇게 기특한 짓도 할 줄 알았던가. 어쩐지 중간부터 통화  품질이 영 이상하다 싶었는데, 바로 근처에서 전화하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저절로 비어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우유 케이크는 맛있게 드셨어요?”
“뭐?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제가 보냈으니까요. 요즘은 배달도 참 편하게 해주던데요.”
“…….”

 

여기선 진부한 감탄사마저 튀어나오지 않았다. 멍하니 굳은  오이카와의 표정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아, 시미즈 씨가 추천해 준 거예요. 요즘 인기가 많다길래. 하고 묻지도 않은 말까지 카게야마는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살짝 부끄러운지 뒷머리에 손을 댄 채. 확실히 카게야마도 많이 변했다. 이렇게 멀쩡하게 부끄러운 짓까지 하게 되다니. 할 말을  찾다가 결국 말보다도 부풀어 오르는 마음에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손을 꼭 잡았다. 눈빛은 차가운 주제에 자신보다 기초 체온은 높아서, 손을  잡으면 따뜻해진다. 더운 여름밤이라고는 해도, 손바닥 한가운데 아주 살짝 더해지는 이 정도 온기라면 괜찮지 않을까. 

 

“오이카와 씨.”
“응?”
“……생일  축하해요.”

 

오이카와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덤덤한 얼굴의 카게야마는, 마무리를 짓듯 빠르게 오이카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오이카와의 반듯한 이마에 여름밤이 묻어났다. 차마 닦아내기에도  아까워, 오이카와 역시 짧은 입맞춤으로 돌려준다. 

 

“굿나잇 키스 말고, 해피 버스데이 키스라고 해  줘.”
“……얼마든지요.”

 

 

 


카게오이 + 쿠니오이 + 기타 오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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