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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오이] 야행(夜行) 8

마지막 무료공개!

어디까지 공개할까 고민했는데 분량도 적고 여전히 뭐가 없어서(...) 여기까지는 올려도 될 것 같은 마음에.

나머지는 오이른온에서 책으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글 쓰자...마감하자..



“히익! 맛층, 뭐 하는 거야!”

옆구리에 손을 대자마자 온몸이 얼어붙듯 몸서리를 치는 통에 마츠카와는 되려 민망해진 제 손을 거둬들였다. 주무른 것도 아닌데 좀 과한 반응이다 싶지만, 오이카와는 원래 온몸이 민감하긴 했다. 휙 고개를 돌리며 노려보는 눈빛이 매섭다. 마츠카와는 과장되게 두 손을 들어 보였다. 항복의 몸짓이다.

“진정해, 보스. 수작 부리는 거 아니니까.”

“그럼 뭔데?”

“너, 뒤에서 보니까 근육이 엄청 빠졌어.”

“……아, 아니거든?!”

“뭐가 아니야, 딱 봐도 예전 몸이 아니구만. 이래서 이거 실전에서 써먹기나 하겠어?”

“왜 나한테 심술이야? 여자친구랑 싸웠지?”

“아아니. 한 번도 싸운 적 없는데.”

“네네, 그러세요.”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말을 듣지 않기로 작정한 것처럼 두 귀를 막고는 척척 걸어가기 시작한다. 잠깐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평소보다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따라간다. 오이카와는 어렵지 않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애초에 정말 멀어질 생각으로 앞서 걷기 시작한 건 아니다. 마츠카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옆에 선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건, 본인도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외면이 아니라 회피였다. 마츠카와의 지적에 발끈했지만 반박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맛층, 나 심각해?”

여전히 눈은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모습이 딱 그랬다. 마츠카와는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까 봐 일부러 이를 악물었다. 그렇지만 진실은 진실이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고 대답했다. 순식간에 오이카와의 눈썹 끝이 축 처진다. 산전수전 다 겪은 얼굴이 쓸데없이 말갛다. 마츠카와는 대답하는 대신 오이카와의 반 발짝 뒤에서 걷는 쿠니미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선을 비스듬히 내린 채 말없이 걷고 있던 쿠니미가, 마츠카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공범의 눈빛이 스쳤다.

“그렇지 않아, 쿠니미?”

“네?”

“오이카와 말이야. 몸 관리를 하나도 안 하고 있잖아.”

“예전부터 계속 말씀드리고 있는데 안 들으시는 걸요.”

“쿠니미쨩까지!”

놀리는 마음 반, 진심 반을 담아 쿠니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이카와를 초조하게 하는 데에는 가장 효과적인 리액션이라는 걸, 쿠니미도 마츠카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반박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인 게 뻔한데도 입술만 잘근잘근 씹는 옆얼굴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괴롭히는 건 더 나중으로 미뤄둬도 되겠지. 마츠카와는 가볍게 화제 전환을 시도한다.

“카게야마는 좀 어때?”

“회복은 순조로운 것 같습니다. 회복력 하나는 괴물이라고 츠키시마가.”

“츠키시마가 아직도 오나?”

“안 온 지 오래 됐습니다. 굳이 더 지켜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던데요.”

“푸하하.”

이쯤 되면 이 년 전 이보다 더 크게 입었다는 상처가 궁금할 지경이다. 분명 요유키 앞에 쓰러져있던 날도 부상이 심각했는데,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침대 시트 위에 까는 비닐부터 던져줬다. 하루 만에 정신을 차렸다는 것부터가 놀라운 정도였는데, 완전한 운신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가 저 정도 다쳤다면 거의 한 달은 누워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쿠니미는 고개를 살짝 틀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회복력과 근성은 옛날부터 카게야마의 큰 무기였다.

“아직도 침대는 전세 내줬어?”

“응. 덕분에 허리 아파 죽겠어.”

투덜투덜, 불평을 흘리며 오이카와는 허리를 짚는다. 방금 전 마츠카와가 짚었던 바로 그 부위다. 카게야마에게 침대를 내어 준 이후로 오이카와는 계속 사무실의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오이카와 답지 않은 배려다. 아무 생각 없이 마츠카와는 입을 열었다.

“침대를 하나 사 주는 건 어때?”

“토비오가 가고 나면 어쩌라고?”

“어라, 난 쭉 방에서 키우는 줄 알았는데.”

“아니거든요.”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오이카와는 딱 잘라 대답하고 더 앞서 걷기 시작한다.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마츠카와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그 뒤를 따랐다. 반 발짝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듯 조금 더 빨라진 쿠니미의 뒷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어버린다. 아마 오이카와가 어디로 가든 쿠니미는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큰일이 없는 한 반 발짝의 거리를 지키며. 앞서 걷는 오이카와가 그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이, 같이 가, 보스.”

“가차 없이 놓고 갈 건데! 쿠니미쨩, 가자.”

“…….”

역시 뒤처질 수는 없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고 마츠카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시 오이카와의 등이 아까와 비슷한 크기가 된다.

“얼마 전에 회담을 아주 화려하게 엎어버리고 나왔다며.”

“누가 그래?”

“벌써 소문이 파다해. 요유키와 노유키가 조만간 전쟁 한 번 할거라고.”

“…….”

쿠니미의 눈이 살짝 가늘어진다. 오이카와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마츠카와는 걸음을 조금 앞당겨, 오이카와와 나란히 섰다. 쿠니미는 묵묵히 제 거리를 지킨다.

“지나치게 도발한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한데, 그 정도는 아냐.”

“어떻게 확신해?”

“아직 노유키의 입지가 그 정도는 아니라는 거지. 한 번 찔렀다고 달려들면 그건 그야말로 일 센티미터 앞도 못 보는 거고.”

오이카와의 말끝이 살짝 얼어붙어 있었다.

“‘덩치’의 느낌은 어때? 직접 말 섞어보니까.”

“덩치, 덩치 하기에 근육 바보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그래?”

“의외로 샤프한 느낌. 아, 몸집 말고 말투가.”

“흠.”

“토비오랑 어떤 관계였는지는 안 봐도 알 것 같았어.”

오이카와는 턱에 손가락을 댄 채 허공을 올려본다. 둘을 나란히 본 것도 아닌데 둘의 관계를 알 것 같다는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오이카와는 개인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만큼, 조합의 성향을 추측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마츠카와도, 쿠니미도 별 토를 달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대비를 잘해야 해. 무대뽀는 아니지만 뭔가를 벼르고 있기는 했어.”

“카게야마가 여기에 있는 건 이제 거의 공공연한 비밀이지?”

“음…….”

턱에 댔던 손가락이 관자놀이에 닿는다. 언젠가 들킬 일이긴 했지만, 오이카와가 나서서 밝힐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쿠니미조차 예상하지 못했으니 이쪽 세계에 파문은 상당했다. 역시 카게야마는 요유키의 스파이가 맞았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오이카와와 히라츠카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미 빨대가 꽂혀있을 것이 뻔한데 굳이 카게야마까지 스파이로 꽂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어느 쪽이든 요유키에서는 별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긴 하다. 오이카와는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을 모두에게 당부했다.

“그건 조금 후회되네. 좀 더 발뺌해볼 걸 그랬어.”

“완벽하고 깔끔하게 인정해버리셨잖아요.”

“아하하.”

쿠니미의 서늘한 말이 목덜미에 와 닿았다. 오이카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린다. 입꼬리에 의미 모를 미소가 걸려 있었다. 별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찔리는 탓이다. 마츠카와는 문득, 지금 오이카와와 쿠니미의 관계를 오이카와 자신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역시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을만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보스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데?”

“대비, 여기 있잖아.”

오이카와가 싱긋 웃으며 쿠니미를 가리켰다. 쿠니미는 눈썹을 까딱했지만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는다. 너무나도 익숙한 레퍼토리인데, 당할 때마다 흠칫 놀라는 제 마음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이카와가 가끔 내비치는 이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신뢰는, 쿠니미를 당황하게 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 해도 충분한데 굳이 말로 확인시켜주는 친절함이란. 오이카와의 곁을 떠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만일 떠나고 싶은 때가 온다 해도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정도는 해 본 적이 있다. 이유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야 쿠니미는 우리가 자랑하는 브레인이긴 하지만.”

“맛층도 있고, 맛키도 있고.”

“고마운 말이군.”

“굴러들어온 카드도 써먹을 때는 써먹어야지.”

“뭐? 카게야마 말하는 거야?”

“당연하지.”

“걔 환자 아니야?”

“토비오라면 이미 다 나았어. 그리고, 싸우게 한다는 소리가 아니야. 활용한다는 소리지.”

“허어.”

마츠카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 마디만을 흘린다. 여전히 입을 다문 쿠니미의 눈에 잠깐 예리한 빛이 서렸다가 곧 사그라졌다. 그 눈빛을 보고 오이카와가 웃었다. 입꼬리를 한껏 끌어당겨 미소 지어도, 눈만은 전혀 아니었다.

“어떻게 써먹을지도 생각한 거야?”

마츠카와의 질문에 오이카와는 씩 웃으며 제 입술 위에 검지를 가져다 댄다. 그리고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건 비밀.”

 

*

 

“아, 깜짝이야.”

“죄송해요.”

“아니, 아니야. 사실 아직 너한테 익숙해지질 않아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하나마키가 깜짝 놀란 건, 카게야마가 기척도 없이 방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카디건에 검은 바지, 게다가 새까만 머리카락 때문에 여지없이 강도인 줄만 알았다. 물론 이 건물에 강도가 들어와서 몸 성히 살아나갈 리가 없지만. 아직도 튀어 오르는 숨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하나마키는 다시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린다. 모두가 밖으로 돌 때에도 하나마키는 내근이 잦다. 야쿠자라기보다는 공무원의 느낌, 이라고 누군가 말했고 그 자리의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맘대로 지껄여라, 라고 말하는 하나마키의 눈빛이 그리 유쾌하지 않아 곧 웃음이 멈추긴 했지만.

“무슨 일인데?”

“심심해서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하나마키가 큭큭 웃었다. 따분함을 느낄 정도면 몸 상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오이카와가 근 일주일간 침대를 양보하며 신경 쓴 보람 정도는 생겼다.

“다들 어디 간 거예요?”

“오이카와랑 마츠카와는 외근, 쿠니미는 출장. 나머지도 뭐, 수금하러 갔겠지. 일 층에는 그래도 꽤 있지 않을까.”

“외근이면 어디를 가는데요?”

“노유키랑 크게 다르지는 않을걸. 구역 관리하러 갔겠지.”

“오이카와 씨도 밖으로 많이 다니시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밖으로 다닐 필요가 없는 자리기도 하고.”

“흠…….”

카게야마는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는다. 그 옆얼굴을 흘끗 바라보고, 하나마키는 다시 시선을 거둔다.

“하나마키 씨는 왜 여기 계세요?”

“난 몸 쓰는 일은 질색이라.”

“하긴, 하나마키 씨는 그랬죠.”

공감할 수는 없지만 이해는 한다는 표정, 아무리 그래도 너무 솔직한 거 아니냐. 하나마키는 쓴웃음을 지을 뻔했다. 카게야마의 뺨 위에 반창고가 하나 붙어있었다. 반창고에 그려진 동물 캐릭터는 누구의 취미인지 알 도리가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 반창고를 본다면, 이 아래에는 찰과상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리라. 아무리 회복 속도가 빨라도 상처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아무튼 카게야마의 회복 속도에는 관계자 모두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너 같은 괴물은 모르겠지만.”

“괴물이요?”

“그렇게 찔려대고 일주일 만에 낫는 게 괴물이지 뭐야.”

“저 아직 붕대투성이인데요.”

“어쨌든 상처만 안 벌어지면 되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요.”

“그게 괴물이라는 거야.”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잠깐 멈췄던 하나마키는, 다시 분주히 손을 놀리기 시작한다. 카게야마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멀뚱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뭐 하시는 거예요?”

“데이터 수집.”

“형사 같네요.”

“하하…….”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아리송한 소리에 하나마키는 그저 웃고 말았다.

“하나마키 씨.”

“왜?”

“노유키는 어떻게 될까요?”

키보드 소리가 멎었다. 하나마키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어떻게 되긴.”

“…….”

“오이카와 하기 나름이지.”

“야마다는 제가 맡고 싶은데요.”

“보스한테 말해봐. 나는 결정권이 없으니까.”

“오이카와 씨는 허락해주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하나마키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하나, 나는 최종결정권자가 아니다. 둘, 너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마지막으로 셋, 오이카와의 생각은 오이카와만 안다.”

“…….”

“알겠으면 오이카와한테 가 봐. 아, 물론 아직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언제쯤 돌아오세요?”

“글쎄. 일이 끝나면 오겠지.”

컴퓨터로 다시 시선을 돌리려 할 때, 하나마키의 핸드폰이 울렸다. 쿠니미의 업무용 핸드폰 번호가 찍혀있다.

“응, 왜?”

- 하나마키 씨, 오이카와 씨 차량 위치 조회 좀 해 주세요.

“응?”

- 전화를 안 받으세요. 마츠카와 씨도 그렇고요.

“밥이라도 먹고 있는 것 아닐까?”

- 삼십 분 간격으로 두 번 했는데 안 받으세요. 저 지금 돌아가겠습니다.

“일단 조회해 볼게.”

전화가 끊겼다. 옆에서 덩달아 통화 내용을 들은 카게야마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오이카와 씨랑 마츠카와 씨가 같이 있어요?”

“오늘은 같이 돌아다닌다고 한 것 같은데.”

“쿠니미가 같이 있는 게 아니고요?”

“쿠니미는 출장 중이라니까. 오이카와가 시켜서 사이타마에 갔어.”

“사이타마는 또 왜……. 저 일단 나가볼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앉아 있어. 오이카와가 너 절대 밖으로 못 나가게 했으니까.”

무언가 잔뜩 할 말이 있는 카게야마의 표정을 무시하고, 하나마키는 컴퓨터를 조작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처럼 몸을 일으키던 카게야마는 다시 의자에 걸터앉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이카와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오이카와의 차를 나타내는 빨간 점은 화면 한가운데에 멈춰 있었다. 이동 중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곳에서 그리 먼 곳에 있지도 않았다. 다만 주변이 신경 쓰였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프로그램 지도는 이틀 전 업데이트를 끝냈으니, 데이터의 문제도 아니다.

“여기가 어디지?”

“여기…….”

카게야마가 눈을 찌푸리며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웬 벌판이에요? 도쿄에 이런 데가 있나?”

“그러게. 위치상으로는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하나마키가 화면을 키웠다. 여전히 빨간 점은 멈춰있다.

“여기…….”

“오이카와 씨!”

카게야마가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하나마키는 질겁하며 의자를 빙글 돌렸다. 오이카와와 마츠카와가 서 있었다,

“너희 뭐야? 차는 왜…….”

“얘기가 길어.”

마츠카와가 재킷 안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오이카와에게 하나를 건네고 저도 하나를 물었다. 라이터가 마츠카와의 손에서 오이카와의 손으로 건너간다. 두 개의 담뱃불이 켜졌다.

“토비오, 물 한 잔만.”

“네.”

오이카와가 의자 하나를 빼 앉으며 카게야마에게 물심부름을 시키고, 카게야마는 아무 군말 없이 부엌 겸 다용도실로 사라졌다. 마츠카와는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일단 프로그램을 종료한 후 하나마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다행히 꼬라지는 멀쩡했다. 쿠니미가 걱정하던 최악의 사태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다친 덴 없어 보이는데.”

“다친 덴 없어, 우리가 밖에 나가서 얻어맞고 들어올 놈들은 아니잖아?”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오이카와가 웃었다. 뉘앙스로 보아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하나마키는 한숨을 쉬었다.

“얘기해봐.”

“미행이 붙었더라고.”

“뭐?”

“맛층이 빨리 눈치를 채서 계속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돌리려고 했는데.”

“했는데.”

“중간에 다른 차가 또 끼어들었어. 그건 노유키 쪽은 아니었던 것 같아.”

“……뭐?”

마츠카와가 가볍게 숨을 내뱉는다. 오이카와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핸드폰은? 쿠니미가 걱정하더라.”

“아, 볼 정신도 없었지.”

“따돌린 거야?”

“그러니까 허허벌판에 차를 버리고 왔지. 저 차도 이제 못 탈 것 같아.”

하나마키는 제 옆에 놓여있던 재떨이를 책상 위로 밀었다. 재떨이가 오이카와 앞을 지나치고 마츠카와까지 지나치기 일보 직전, 기다리고 있던 마츠카와의 손이 재떨이를 움켜쥔다.

“노유키 말고 다른 데까지 끼어들었다는 건.”

“아무래도 노유키를 중심으로 반-요유키 전선이 형성된 것 아닐까. 어떻게 구슬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야.”

“미친 듯한 세력 확장에 순기능도 있었군.”

“요즘 분위기가 이상한 데는 없었어?”

“내부 분위기야 빨대가 꽂힌 곳만 알 수 있으니까. 노유키 쪽은 당연하니 신경도 안 쓰고 있었고.”

“그간 우리에게 우호적이었던 곳도 빼놓지 말고 다시 조사해봐. 오늘은 미행으로 끝났지만, 홱 돌아버리면 그 차로 내 소중한 차를 들이받아 버릴지도 모르잖아.”

“차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언제 돌아왔는지, 컵 두 개를 양손에 든 카게야마가 문가에 서 있다. 의외의 질타에 깜짝 놀란 오이카와의 표정이 볼만했다.

“뭐?”

“그깟 차야 새로 사면 되지만……!”

하나마키는 잠자코 오이카와와 마츠카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벙쪄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오이카와의 얼굴과는 정반대로, 마츠카와는 아예 둘로부터 고개를 돌린 채 웃음을 참느라 필사적이지만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다. 카게야마의 얼굴은 쓸데없이 진지하다. 그깟 차라니, 오이카와가 그 차를 고르느라 얼마나 시간을 오래 들였는지 알면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가격이 담긴 팸플릿만 보여줘도 ‘그깟’ 차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이카와 씨는.”

“오이카와 씨는 다시 살 수 없다고 말하면 죽여 버릴 거야.”

오이카와의 싸늘한 한 마디에 흠칫 놀라 카게야마가 입을 다물었다. 마츠카와는 이제 웃음을 숨길 생각은 들지도 않는지 배를 쥐고 웃어버렸다. 오이카와는 신경질적인 손짓으로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끈다.

“물이나 이리 줘, 토비오쨩.”

“네, 넵.”

“강아지 키우는 보람 있는데? 어이, 오이카와.”

“오이카와 씨 강아지도 키우세요?”

“말을 말자…….”

오이카와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도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멀뚱히 선 카게야마에게 손을 내젓는다. 나가라는 뜻이다. 썩 내키지 않은 표정이지만 카게야마는 일단 방을 나갔다. 문 닫는 소리에 맞추어 하나마키는 데스크 위에 펼쳐두고 있던 랩탑을 덮었다.

“쿠니미한테 연락이나 한 통 해. 걱정하더라.”

“아참, 쿠니미쨩은 언제 온대?”

“금방 돌아온다더라. 한 시간이면 올 거야.”

“그래…….”

“어이, 보스.”

“응?”

“카게야마 어쩔 거야?”

“갑자기 또 왜?”

“몸은 다 추슬렀잖아. 애초에, 추스를 때까지 여기 있는 게 약속 아니었어?”

“쟤가 멀쩡히 걸어 다닌다고 다 추스른 건…….”

하나마키와 마츠카와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그때야 오이카와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듯, 잠자코 입을 다문다. 어색한 침묵이 잠깐 흐른 후, 마츠카와가 입을 열었다.

“너.”

“으아, 일단 닥쳐! 알겠으니까!”

“한 마디만 하면 안 돼?”

“……뭔데?”

“진지하게, 쟤 왜 내보낸 건데?”

마츠카와가 턱짓으로 문을 가리킨다. 카게야마를 노유키로 내쫓은 일을 말하는 것이다. 오이카와가 제 귀를 틀어막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마츠카와와 하나마키의 눈빛은 오이카와로부터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 솔직히 잘 모르겠어.”

“하아.”

“히랏치의 말대로 차라리 죽이는 게 나은 선택이었는지도 몰라.”

“…….”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느냐만.”

오이카와가 희미하게 웃었다.

“뭐, 더 깊이 물어보지는 않을게. 네가 알아서 하겠지.”

“동감. 확실히 이 일을 초래한 데에는 우리 보스의 책임이 크지만, 앞으로 더 큰 일도 해결해야 하니까.”

“차가워, 매정해……!”

“자업자득이야.”

“이것도 동감.”

오이카와의 얼굴이 얼마나 억울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는 좌절한 보스를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곧 쿠니미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오이카와를 걱정하며 여기까지 뛰어왔을 쿠니미와 오이카와를 눈앞에서 보고 싶지는 않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마음이다. 바깥에 끼익, 하고 급정차 소리가 들리자마자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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