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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오이] 당신과 나의 8월 1


읽은 후에... 판단해주세요.....

9월 카오배 신간 예정

너무 짧아서 1편이라기에도 민망하지만..^^

제목부터 바꾸고 싶은데 생각나는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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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길고 긴 꿈을 꾼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꿈을 그리 자주 꾸는 타입은 아니었다. 잠을 설치는 일도 거의 없었고, 애초에 일과의 80퍼센트가 운동이기 때문에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라며 어머니가 웃을 정도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18살,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기억에 남는 꿈은 한 편도 없다.


그래서 그런가, 시끄러운 매미 소리에 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의 이 감각은 매우 낯설었다. 딱히 잠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길고 긴 꿈속에서 헤매다가 겨우 출구를 발견해 빠져나온 것 같은 상태. 아직도 잠이 길게 엉겨 붙어 무겁기만 한 속눈썹 사이로 여름 햇빛이 간지러웠다. 어머니가 출근하면서 창문을 열어 둔 걸까, 머리맡 위를 가느다란 바람이 헤매고 있다. 왠지 모르게 몸이 무거웠다. 침대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로드워크를 하기에는 이미 시각이 늦었다. 굳이 시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몸이 알고 있다. 왜 어머니는 창문을 열면서 나를 깨우지 않은 걸까. 아니, 알람이 울리기는 했나? 어젯밤에 늦게 잠든 것도 아니었는데 왜 나는 생전 처음 늦잠을 자고 만 걸까. 아직 잠이 덜 깬 머리로 나는 약간의 죄책감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 그리고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늦잠을 잤다는 걸 알았으면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늦게나마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는데도 몸을 일으키지 않는 건 딱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오이카와 씨가 꿈에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꿈의 오이카와 씨는 울고 있었다. 이마저도 선명하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내 기억에 남는 꿈이 없다는 건 단순한 기억력 문제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이카와 씨가 우는 꿈은 역시 찜찜하다. 오이카와 씨의 미안하다며 우는 얼굴은, 아마도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같은.
역시 기억하지 않는 게 좋았다.



*



결국, 눈을 뜨고 말았다. 눈을 뜨지 않으면 오이카와 씨의 우는 얼굴이 점점 선명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를 지내다 보면 꿈은 희미해지고, 그리고 오후쯤에는 잊힐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나 침대 위에 있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낫다.


머리맡의 디지털 시계는 오전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만일을 위해 들고 나와 거실 시계와 비교해보았지만, 시각은 틀리지 않았다. 건전지가 떨어졌거나 고장이 난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알람이 울리지 않은 걸까. 설마 정말 듣고도 자 버린 건가. 그 정도로 어제의 나는 피곤한 상태였던가. 거실 복판에서 시계를 쥔 채 고민하다가, 이런 걸로 고민하고 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늦잠은 내 책임이고, 원인을 안다 해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시계를 방으로 돌려놓고는 부엌 냉장고에서 꺼낸 찬 우유를 컵에 따르던 순간.
시야의 끄트머리에 거실 달력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정확히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없던, 거실 달력 위의 빨간 글씨가.



<8/1~8/11 여름휴가 ‘하와이’>


“……응?”

나는 나도 모르게 얼빠진 한 마디를 흘린다.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내 기억이 맞았다면 오늘은 8월 1일이다. 그리고 반듯한 저 글씨는 어머니의 필체다. 그렇지만 여름휴가라니? 하와이라니? 컵에서 흘러넘친 우유가 손을 적시고 급기야 부엌 바닥으로 떨어져 내 발끝을 적신다. 그러나 손발에 느껴지는 우유의 냉기도, 저 우유를 닦아야 한다는 사실도 그리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와이?!”

성큼성큼 다가가 벽에 걸려있던 달력을 낚아채다가 그만 반으로 찢어질 뻔했지만,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다. 우리 집은 단 한 번도 여름휴가를 간 적이 없다. 그야 당연하다. 부모님은 맞벌이, 어머니 쪽 회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다가 아버지는 해외 출장 기간이 국내 체류 기간보다 길다. 두 분 다 휴가다운 휴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외동아들인 나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 배구를 시작한 이후로 방학에는 합숙이니 개인훈련이니 교습이니 하며 집에 붙어있던 적이 없으니. 열흘씩이나 팔자 좋게 그것도 해외로 여름휴가를 간다는 건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게 대체…….”

몇 번을 훑어보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어도 빨간 글씨가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라리 그편이 이 휴가계획보다 더 현실성 있을 텐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어머니가 휴가 계획을 말한 적이 없다. 이건 단언할 수 있다. 아버지는 역시나 해외 출장 중이니, 가장 말이 되는 건 내가 잠든 사이 어머니가 달력에 이 글씨를 쓰고, 혼자 짐을 챙겨 하와이로 떠났다는 건데.

“말도 안 돼.”

아무리 아들이 고3씩이나 되어 다 컸다고는 하지만, 배구 외에는 별 흥미가 없어 밖으로 돌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아들만 두고 부모끼리-혹은 어머니 혼자- 열흘씩이나 해외로 휴가를 가는 건 이상하다. 한마디 언질도 없이. 어머니마저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으레 부엌 식탁 위에 신용카드와 쪽지를 두고 가시는데, 혹시나 하고 본 식탁 위는 깨끗했다. 신용카드는커녕 평소처럼 먼지 한 톨 없는 정갈한 부엌을 두고 나는 사고회로를 정상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집은 평소와 똑같았다.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난 화분, 아버지가 가끔 돌아올 때마다 손질하는 골프채, 반 정도 열어둔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여름의 햇빛과 만난 그림자의 각도들. 냉장고에 들어있던 우유 팩과 생수병. 가운데 서 있는 나까지.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억나는 꿈’을 꾼 나와, ‘늦잠’을 잔 나와, 나도 모르게 정해져 있던 여름휴가계획. 사소한 동일함 속의 걷잡을 수 없는 위화감은 점점 크기를 더해갈 뿐이라, 따가운 여름 햇볕 속에서도 한기를 느낀다. 이건 가족 행사에 소외된 아들의 서운함이나 외로움 문제가 아니다. 뭔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꿈속의 오이카와 씨는 왜 울고 있었을까.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한 것까지 신경을 긁는다. 그까짓 꿈 내용 따위, 평소처럼 토스 연습 몇 번이면 잊고 지낼 수 있는데.


연락을 해볼까. 도무지 머리가 진정되지 않는다. 오이카와 씨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나마 현실감이 조금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하고 방으로 왔지만, 핸드폰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쯤 되면 사실 이 자체가 꿈이고, 얼른 깨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내 뺨을 있는 힘껏 꼬집어봤지만 아릿한 통증만이 나를 비웃는다. 핸드폰은 고사하고 핸드폰 충전기조차 제자리에 없었다. 얼마 전 야치가 인상 깊게 봤다며 떠들어대던 한 옛날 영화의 내용이 어스름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알고 보니 자신의 삶이 모두 허구였고, TV쇼의 내용이었다던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떨치려 했지만 이유 모를 위화감과 두통은 점점 짙어지기만 한다. 나를 둘러싼 풍경은 똑같은데 무언가가 조금씩 뒤틀려있다. 생각해보면 오이카와 씨가 꿈에 나온 것부터가 이상했다. 데이트라기에도 무색하지만, 저번 데이트도 무난했다. 오이카와 씨가 도쿄의 대학교에 진학하기 조금 전부터 사귀기 시작하면서 그의 입에서 이별이 나올 만큼 크게 싸우거나 힘든 일도 없었다. 오이카와 씨의 우는 얼굴이라고는 슬픈 영화를 함께 보고 나왔을 때 말고는 본 적도 없다. 그런데 대체 왜 그런 꿈을 꿨을까. 지금 당장 목소리를 듣는다면 이 수런거리는 기분도 조금은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핸드폰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체 뭐냐고.


하지도 않는 혼잣말이 또 습관처럼 나와 버릴 것 같아,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갑자기 이 공간이 한없이 낯설게 보인다. 태어나 18년을 자란 이 좁고 안락한 공간이 나에게 날카로운 적의를 세우고 있다. 먼지가 떠다니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정적 속에 혼자 어쩔 줄 모르는 나는 마치 어린아이였다. 아니, 아마 그 시절의 나라면 이런 작은 위화감 정도는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공간을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벗어나야 했다. 그러지 않고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행선지도 정하지 않은 채 신발장에 섰다. 핸드폰처럼 내 신발도 없는 건 아닌지 잠깐 걱정했지만, 다행히 운동화는 신발장에 제대로 있었다. 내가 어젯밤 벗어놓은 그대로.


문을 여는 데에도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이제까지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은 잡았을 문 손잡이가 낯설게 보였다. 원래 이런 색이었나? 평소에 손잡이 색 따위를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에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낼 수 없었다. 무언가의 퀘스트 같았다. 내 눈앞에는 선택지가 두 가지 있다. 이 집에서 나간다, 나가지 않는다. 두 선택지 모두 결과는 예측 불가능이다. 그렇지만 이곳에 더 있고 싶지는 않았다. 밖에 나간다면 이 위화감도 피할 수 있고,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마치 서브 전처럼 심호흡을 두어 번 했다. 미지근한 손잡이에 내 손바닥의 온도가 옮겨가 뜨겁게 느껴질 때쯤에야 나는 문을 밀었다. 문은 생각보다도 가볍게 열렸다. 여름 햇볕에 잔뜩 달궈진 시멘트 냄새가, 그리고 익숙한 습기가 훅 끼쳐 들어 무심코 얼굴을 찌푸린다.


바깥 풍경은 이상할 정도로 평소와 똑같았다. 평소와 똑같은 게 당연한데도 머리는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한 건 내 머리일지도 모르지. 천천히 걷는 내 발끝만을 바라보며 나는 정처 없이 걷는다. 아스팔트 색이 묘하게 짙어 보이는데 최근에 공사라도 한 걸까. 매일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니 집 근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학교에라도 가 볼까, 하는 생각은 그때 들었다. 운이 좋으면 연습하러 온 히나타를 만날 수도 있다. 아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 모든 상황이 조금 진정될지도.


“……우왓!”


방향을 틀다가, 골목 모퉁이를 뛰쳐나오던 누군가와 맞부딪혔다. 일단 튕겨져나갈 뻔한 상대방을 붙잡아 세우기는 했는데 부딪힐 때의 충격이 여간 큰 게 아니었는지 내 눈앞도 잠깐 까맣게 물들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이 형 눈을 못 뜨는데?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두어 번 내저었지만, 시야는 그리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앞 좀 보고 뛰랬잖아, 멍청아.”


바로 옆에서 들려온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이상하게 낯익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누군가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바닥에 전류가 흐르듯 찌릿한 감각이 내달린다. 나는 얼결에 손목을 내팽개치듯 놓아버렸다. 그리고 가물가물 돌아온 세상.


“괜찮으세요?”


그 한가운데에 오이카와 씨가 있었다. 정확히는, 나보다 10센티미터 정도 작은 오이카와 씨와 이와이즈미 씨가 내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그들이 걸치고 있는 익숙한 저지를 보자마자 나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무래도 이건 말도 안 된다. 아무리 이상한 일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이런 일까지 일어나는 건. 다시 한 번 내 뺨을 꼬집기도 전에 현실이 내 뺨을 세게 내리쳤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내가, 중학생 오이카와 씨를 만나는 이게 꿈이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이야.


“너무 세게 부딪혔나? 혹시 뇌진탕 뭐 그런 건가?”
“네가 촐싹대서 그런 거잖아.”
“저기 형, 괜찮아요? 어지러우세요?”


걱정스럽게 내 이마를 짚어오려는 손길을 느끼고 나는 움츠린다. 햇볕을 오래 쬔 정수리가 뜨거워,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다시 눈을 떴을 때까지 그의 손은 허공에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다갈색 눈동자에 눈을 맞추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아, 안녕히 계세요!”


존댓말? 의아하다는 듯 이와이즈미 씨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황급히 뒤돌았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현실이 아니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래,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자자. 꿈속의 꿈이라니 웃기지도 않다.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눈을 뜨자마자 로드워크할 준비를 하고, 집 문을 나서면서 여느 때처럼 로드워크 셀카를 찍어 보내는 오이카와 씨의 메일을 확인하는 일상이 나를 기다릴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다시 문을 박차고 들어와 달력을 확인할 틈도 없이 어머니가 정말 잠이 오지 않을 때 가끔 쓰는 수면유도제를 서랍에서 꺼내 물도 없이 삼켜버렸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무뎌져 가는 신경 틈새로 아까 꿈에서 본 오이카와 씨의 눈물이 떨어졌지만, 약 기운을 이길 수는 없었다.

카게오이 + 쿠니오이 + 기타 오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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